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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연단에 서신 어머니》 – 김학렬-
시 《연단에 서신 어머니》 김학렬 난생처음 연단에 서신다는 흰저고리 어머니 맺힌 이슬로 글도 제대로 안보이신다는 어나 똑똑히 제 신념을 토하시는 귀밑머리 희끗희끗한 어머니 그는 결코 어느 뉘같이 말만 앞서지 않고 우선 움직이시는 분 찬날이나 더운 날이나 넉달을 하루같이 주먹밥까지 싸쥐고선 사람들 붐비는곳을 찾아다니신 이악스런 성미 어중간한결 죽자고 싫어하는 성품 아침마다 병원을 다녀야 할 아프신 그 몸인데도 남들은 구경으로 놀러가는 그곳을 투쟁의 마당으로 삼고 끝내 3만 7백 25명― 그 엄청난 수의 반핵,통일서명을 받으신 참으로 눈에 부신 우리의 량심 어머니는 높은 연단에서 눈물어린 말을 겨우 이으십니다 《저의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학살되였고 어머니는 보고픈 고향을 못본채 그만 눈을 감고말았습니다 …》 부모의 간절한 소원을 안고 통일의 뜨거운 념원을 안고 어머니는 난생처음 남들앞에서 호소를 하신답니다 피곤이 겹쌓인 5월에 어머니는 이제는 좀 쉬여보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외국방문의 길에 오르신 수령님 로고를 잊을수 없어 투쟁의 그 걸음 멈추지를 않으셨답니다 충성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진정 그는 뜨거움으로 정성과 희생으로 여기고 요령과 허식과는 딱 담을 쌓으셨답니다 어머니 키만치 쌓아올린 그 서명지― 정녕 그것은 창공을 나는 구름같이 깨끗한 어머니 마음의 그 높이인듯 흰구름같은 량심으로 바다같은 신념으로 살라! 노상 뜨거운 청춘의 마음으로 직심으로 어려움을 뚫으라! 운해같은 그 서명지는 우리에게 조용히 그러나 무게있게 속삭입니다 1954년11월 김학렬시집 《아,조국은》(문예출판사1990)